[빅워크] CSR 활동이 기업들의 보편적 사업 전략이 된다면


▲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CSR 국제 콘퍼런스-CSR for All: 지속 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위한 전략'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CSR 국제 콘퍼런스-CSR for All: 지속 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위한 전략'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최근 수년간 자본시장에서는 지속가능성, ESG와 같은 개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배경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자본시장이 발전하며 세계 각국에서 기업은 성장하는데 사회·경제적 양극화, 노동 착취와 같은 문제들은 심화되고 공동체적 삶의 양식이 파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명은 점점 발전한다고 말하는데 국가 간 빈부격차 또한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 심화, 생태계 파괴 등 기후위기 문제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실제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이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기업에는 어떤 변화를 요구할 것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3 CSR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CSR for All: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업들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조명하고 지속 가능하고 회복탄력성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관해 논의했다.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 기업 CSR 전략의 변화

▲ 유재욱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라이프인▲ 유재욱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라이프인


이날 기조 발제는 유재욱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맡아 'CSR for all: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의 CSR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만이 아니라 직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 역시 기업의 주인으로 바라보는 개념이다.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은 지난 2019년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선언'을 발표하며 ▲고객들에게 가치 전달 ▲노동자에게 투자하고 복지 제공 ▲협력업체를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 ▲지역사회 지원 및 환경 보호 등 새로운 지배구조 원칙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이를 언급하며 기업들의 CSR 인식 변화를 설명했다. 기업들이 처음에는 의무(Liability)의 관점에서 리스크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CSR에 접근했다면, 이후에는 투자의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공격을 회피하고 기업의 평판을 개선하기 위해 CSR 전략을 활용했다. 최근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회의 관점에서,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CSR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향후 CSR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전략경영 관점에서 설명하며 "현재 CSR 전략은 다른 기업과 자신을 차별화해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많은 기업이 CSR 전략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사회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CSR 전략을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획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한다면 CSR 전략은 산업 부문에서 보다 보편적인 공통 전략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업 활동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희망적인 청사진을 갖기 위해서는 학계와 산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유 교수는 지난 30년간 국내 지배구조 연구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범위와 영향력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분석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며 ▲국내 지배구조 연구는 주주 자본주의 관점의 연구에 집중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계를 조명하는 데에 한계 존재 ▲연구 방법론으로서 '대리인 이론'(사람들이 일련의 계약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의사결정권을 위임할 때, 위임자와 대리인 사이의 상충되는 이해관계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는 이론) 편중 현상 ▲산업과 기업별 특성을 고려한 이해관계자 경영 실천 방안의 제안 미흡 등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에 맞는 CSR 전략을 제안하기 위한 연구, 그리고 연구의 바탕이 되는 이론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해관계자의 정의 및 구분 기준이 모호하고,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이해관계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할지 방법론이 미흡"하다며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기업의 CSR 활동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 있는가

▲ 신현암 팩토리8 대표(좌),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그룹장(우). ⓒ라이프인▲ 신현암 팩토리8 대표(좌),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그룹장(우). ⓒ라이프인


기조 발제 이후에는 산업 현장의 실제적인 CSR 활동 사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우선 신현암 팩토리8 대표는 CSR 활동과 ESG 경영을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통한 선순환 사회 조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실제 기업들의 CSR 활동 사례를 전했다. 특히 신 대표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의 연례 서한에 등장한 문구를 인용하며 CSR, ESG 활동에 있어 기업의 '목적'(Purpose)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신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파타고니아, 아동 및 여성 노동 착취 없이 제품을 만드는 토니스 초코론리, 교정 안경 제공 등 색각이상자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발스파 등의 사례를 통해 소비자들이 점점 더 사회에 대한 기업의 기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히며 "우리 회사가 왜 이 사회에 존재하는지, 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고민하는 것이 제대로 된 CSR을 위해 필요하다"고 시사점을 전했다.

이어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그룹장이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파트너쉽'을 주제로 하여 포스코가 지역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업시민'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바 있다. 기업도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 역시 새 경영이념이 맞추어 그린(Green, 함께 환경을 지키는 회사), 투게더(Together, 함께 거래하고 싶은 회사), 챌린지(Challenge, 함께 성장하고 싶은 회사), 라이프(Life, 함께 미래를 만드는 회사), 커뮤니티(Community, 지역과 함께하는 회사) 등 '기업시민 5개 브랜드' 영역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나 그룹장은 "포스코는 포항시와 함께 성장했다"고 자평하며 지역사회에서 경제적 기여, (재)제철장학회 및 학교법인 제철학원 설립 등을 통한 인재육성, 지역 프로축구팀(포항 스틸러스)의 홈구장 포항스틸야드 및 효자아트홀 건립 등 문화 활성화, '체인지업 그라운드'(CHANGeUP GROUND) 같은 스타트업 공간 마련 등의 역할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스코가 건립하여 포항시에 기부한 '스페이스워크'(SpaceWalk)를 공공문화 인프라를 구축하여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업의 기술 경쟁력까지 선보인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나 그룹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을 목표에만 그치도록 두지 않고 실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 (왼쪽부터) 이수인 에누마 대표,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장태원 빅워크 대표이사. ⓒ라이프인▲ (왼쪽부터) 이수인 에누마 대표,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장태원 빅워크 대표이사. ⓒ라이프인


이수인 에누마(Enuma) 대표는 자사의 사례를 통해 기업의 CSR 활동이 사회에서 어떤 순기능을 할 수 있는지, 사회혁신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를 설명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이 대표와 남편은 당시 다니던 게임회사의 CSR 사업의 일환으로 장애 아이들을 위한 학습게임 앱을 개발하는 '인지니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에누마 창업 후인 2019년에는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Global Learning XPRIZE)에 참여해 기초 학습 프로그램인 '킷킷스쿨'로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해당 대회는 문맹인 아이들에게 기초학습을 가르치기 위해 기획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로서 엑스프라이즈 재단, 유네스코(UNESCO),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탄자니아 정부가 공동 진행했으며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1,500만 달러(한화 180억 원)를 상금으로 후원했다. 특히 킷킷스쿨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에 참여하며 개발한 솔루션으로, 코이카의 지원으로 국제 NGO인 굿네이버스와 협력하여 탄자니아에 해당 프로그램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에누마는 (재)도서문화재단 씨앗과 함께 이주배경 아이들이 한글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개발했으며(두루 책방 프로젝트) 해당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이주배경 아이들과 느린 학습자를 위한 기초 한글 학습 프로그램(에누마글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국제구호기구, 이매진 월드와이드 등의 NGO와 함께 로힝야 난민촌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학습수단을 개발하고, 헤드 파운데이션 등 해외 기업과의 협업으로 개발도상국 학교를 위한 종합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인 에누마 스쿨, 세콜라 에누마를 개발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변화의 도구"라고 말하며 "다양한 국내외 CSR 파트너가 있다. 이분들은 본인의 포트폴리오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참여하도록 해주고 그럼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한다. 우리의 역할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양질의 교육 제공', 그중 가장 기본인 '읽기와 쓰기' 학습을 지원하고, 읽기와 쓰기를 배울 학교와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muui) 이사장은 무의가 이동편의-접근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배포해 온 활동 이력과 어떤 방식으로 공공기관, 외부 기업과 협업했는지를 설명했다. 무의는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서울 사대문 안 체험학습장소 경로 지도, 서울 궁 어디까지 가봤니 지도, 대학로 문화예술 지도 등 교통약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과정에서 공공 데이터와 민간 데이터를 통합하여 민간 지도앱에 제공하기도 하고(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활용 지역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선정된 '휠체어로 대학로 완전 정복' 프로젝트), 카카오, 행복나눔재단, 테스트웍스 등과 협업하여 휠체어용 지도 등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정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홍 이사장은 "데이터 수집 활동이 무의미했으면 좋겠다. 이런 지도를 볼 필요 없이 휠체어 타는 사람, 유아차를 모는 사람, 다리가 불편한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교통약자들의 접근성 및 이동권 향상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로서 ▲사용자들이 전문적 능력 없이도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앱 접근성 높이기 ▲고객들이 웹/앱 접근성 기술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체 텍스트 등의 기능 제공 ▲키오스크 운영 위한 인력을 배치하는 등 사용자들의 실질적 편의 위해 노력 ▲장애감수성에 유의(시혜적인 태도 버리기) 등을 꼽았다.

이어 장태원 빅워크 대표이사는 '즐거움과 가치의 결합을 통한 영향력의 확장'을 주제로 마지막 발표를 진행했다. 빅워크는 이용자가 걸은 걸음 수만큼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캠페인에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행동 기반 플랫폼으로서 장 대표는 "온·오프라인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활동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빅워크 취지를 전했다.

이어 "기업은 처음 들어올 때 '기존에 CSR 활동을 하고 있는데 ESG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만의 ESG 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우리는 사업 기획부터 결과 보고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기업의 CSR, ESG 활동을 지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소스를 절약할 수 있고 높은 참여율을 보장하고 활동의 지속가능성이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 대표는 3년여간 사업을 영위하며 느낀 점을 ▲선한 영향력과 라이프스타일을 합쳤을 때 변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B2B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가 결합됐을 때 매력도가 높아진다 등으로 정리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출처 http://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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